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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조선 왕을 말하다/ 이덕일 著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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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해:

이덕일이란 작가는 드물게도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평해진다.

개인적으로는 구본준의 ‘한국의 글쟁이들’이란 책을 통해 이덕일이라는 작가에 대해 처음 접했었고 나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그의 글은 처음 읽는 것이었다.

굳이 ‘뚜렷한 관점과 흡입력 있는 문체’란 작가 소개를 인용하지 않아도 그의 글은 실제로 쉽게 잘 읽히며 그 속에 작가의 생각이 흥미롭게 잘 녹여져 있다.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를 시작으로 ‘조선왕 독살사건’, ‘사도세자의 고백’, ‘조선최대 갑부 역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등 제목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다양한 역사관련 저작이 많은데, 모 출판기획자의 평에 따르면 ‘어느 정도 민족주의적인 사관에 기초하면서도 실증적 자료를 잘 활용하는, 접근성이 있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평이 아니라도 그저 마음으로 따라 읽다보면 어렴풋이 작가의 모습과 생각이 읽히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란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난 후:

언제부터인가, 아마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구체화된, 역사에 대한 생각 중 하나는 ‘역사란 결국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삶의 기록들’이란 것이었다.

대체로 그것들이 후세에는 흔히 ‘역사의 승자(勝者)’들의 입장에서 그려진 것들만 내려왔고, 초기 사람들의 인식이 단순했던, 그리고 정치적 필요에서 승자들의 기록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했던 시절에는 그런 자료들만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역사를 ‘승자 혹은 영웅들의 역사’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모호한 생각들을 좀 더 명료화시켜주며, 역사란 왕이나 신하, 그리고 백성들이란 개인들의 역동적인 상호관계가 만들어낸 기록임을 알려 준다.

굳이 우리 역사가 무조건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우수하다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비하의 시각도 없이 그저 여러 사료들을 제시하며 ‘아~ 나는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구나!’란 생각을 독자로 하여금 들게 만든다.

특히, 역사에 대해 모호하게 가지고 있는 내 지식이 대부분 TV나 영화 등의 접근하기 쉬운 매체를 통해 얻은 ‘미화된 승자들에 대한 어설픈 기억’임을 이해한 후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다.

왕권과 신권(臣權)의 대립, 혹은 당쟁이란 역사적 흐름을 근간으로(내가 속한 독서토론모임에서도 얘기가 있었지만 당쟁은 어쩌면 국가란 조직의 필요악이 아닐까? 우리나라만 유별나다는 생각은 동의하기 힘들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던 개인들이 만들어 가는 역사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역사란 이렇듯 생생한 것인데 학교를 통해 배웠던 어린 시절의 역사는 ‘얼마나 지루한 것이었던가?’ 하는 뜬금없는 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작은 편린이다.

개인적 생각의 정리:

*역사는 결국 개인들의 상황과 이유가 만들어 낸 기록들이다. 비록 그들이 왕, 혹은 신하, 또는 일반 민초의 이름들을 하고 있더라도 보통의 인간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힘을 가진 시대의 승자는 곧잘 역사를 조작하려 든다. 그것이 쉽게 과거를 읽어내기 힘든 이유이고, 또 한편으로는 쉽게 단순한 기록들로 이해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어리석은 개인이 지나친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가 만들어내는 비극적 결말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비극은 단순히 한 시대에 거치지 않고 복합적 역사의 한 인자가 되어 다음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것은 과거학이고 또한 미래학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역사를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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