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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아내와 고등어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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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늦은 저녁 수산물 시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모처럼 아내와 도보로 시장을 찾았다. 속칭 떨이시간이라 이 때는 훨씬 저렴하게 수산물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장의 초입부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으로 인해 남은 것들을 판매하려는 이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게와 조개, 젓갈에 고등어, 갈치, 그리고 다양한 횟감들까지...

우리는 무심한 척(?) 상인들 사이를 지나갔다. 대개 이러면 꽤 유리한 가격에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초입의 한 가게에서 멈춰 섰다. 워낙이 애타게 부르는 한 가게 여주인에게 걸린 탓이다. 고등어와 갈치를 사러 간 것이 애초 목적이었기에 아내는 고등어와 갈치 가격을 물어봤다. 나는 사실 아내와 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격흥정을 할 때는 좀 민망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아내는 가격흥정에 능한 편이었고, ‘이제는 그만해도 되겠구만싶을 때도 역시 가격을 흥정하곤 했다.

하지만 이 날은 웬일인지 몇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덥썩 고등어를 사버린다. 옆에 있는 내가 익숙한 장면을 보지 못해 섭섭할 정도로...그래도 역시 싼 가격이었지만 흔치 않은 일이라 궁금했다.

 


 

고등어를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넌지시 물었다.

오늘은 웬일이야? 바로 흥정도 별로 안하고 고등어를 샀네?”

그러자 아내가 무심한 듯 말했다. “거기가 팔아야 할 게 제일 많이 남아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순간 나는 묘한 기분에 쌓였다. 그러고 보니 참 아내는 이런 부분에는 세심하다. 원래가 스스로 장사꾼의 딸이라고 말을 하지만 늘 심하게 가격을 깎는다 싶다가도 이런 때는 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평소에는 정이 많은 듯 하면서도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잘 하려들지 않는 나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다.

 

갑자기 아내가 고마워졌다. 이런 말을 하는 게 팔불출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런 아내와 사는 것이 좋다. 너무 야박하지 않아서, 알게 모르게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내 마음도 덥혀 준다. 모르는 이도 이럴진대 남편인 내게는 얼마나 잘 하겠.........??!! (..........그러고 보니 그건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아내의 따뜻한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은 행복했다. '작은 배려'....'사소한 마음'이 그리운 시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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