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아플 자격이 없다?
최근 교육을 받다가 교육을 담당하던 강사가 자신이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이라며 소개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이 내용을 아주 뼈저리게 실감을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시설관리공단 쪽 생애설계과정 교육이 있어 창원엘 갔더랬습니다.
아침 9시 강의라 새벽 5시 15분 KTX를 타고 날아간 케이스였지요.
그런데 가는 도중에 딸꾹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그 전날 저녁부터 나기 시작한 증상인데, 가벼이 금방 ‘지나가겠거니’하며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원래 딸꾹질을 많이 하는 체질도 아니거니와 한번 발생을 해도 길어야 한 시간을 넘기지 않았던 전력이 있었던 탓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얼마 안 있어 시작된 딸꾹질이 창원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멈추질 않습니다. 사실은 전날 저녁부터 창원 가는 날 아침까지 온갖 방법을 다 해 봤지만 인터넷의 그 수많은(심지어 의사가 추천한 방법조차)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창원이 가까워 오는데 딸꾹질은 한 번 더 멈추었다가 또 시작됩니다. 보니 대강 지속되는 것은 2~3시간, 멈추는 것은 1~2시간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마지막 수단으로 집에서 아내가 싸 준 주먹밥을 일부러 더 과격하게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기도 쪽의 신경을 자극하면 좀 낫다는 걸 인터넷 어디서 주워들은 덕에 시도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창원 중앙역에 도착할 즈음에 간신히 딸꾹질이 멈췄습니다.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강의장을 방문했고, 농담처럼 딸꾹질 얘기를 던진 후 강의가 시작됐지요. 첫 시간은 강의 진행 느낌이 좋았습니다. 참여자들이 비교적 적극적이셨고, 이야기가 잘 풀려갔습니다. 그런데 헉~~???!!!
첫 시간이 끝나고 두 번째 시간 시작 전 ‘그 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다시 시작했지만 이건 말끝마다 ‘딸~꾹’에, 호흡까지 흐트러집니다.
그야말로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 다행스럽게도 참여자 중의 한 분이 준 매실을 순식간에 꿀꺽 삼키니 또 잠시 멈춥니다. 한 20여분 딸꾹질 강의 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가슴졸이며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래도 오래 강의를 한 탓일까요? 비교적 나쁘지 않은 마무리를 지으며 약속한 세 시간 강의를 끝마쳤습니다.
참여 고객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강의장을 나오는 순간 또 다시 ‘딸~꾹~~’이 시작됩니다. 거기에 무리하게 삼킨 음식이 체해 그날부터 또 하루를 꼬박 누워 지내며 체증과 딸꾹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천만다행이도 병원의 진단을 받은 후, 약에 취해 거의 12시간을 잔 후에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우스운 얘기인데, 강사라는 직업을 들이대니 정말 심각해집니다. 프로는 아플 자격이 없단 말이 실감이 납니다. 거기에 더해 감정적으로도 프로는 단단해져야 합니다.
강의 때 내가 슬픈 일이 있다고 강의에서 그 티를 내며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참 기억에 남는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꺼이 강의에 참여해 주시고 응원을 해주신 창원시설관리공단 생애설계 교육 참여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람과 직업연구소 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직자를 위한 강점분석과 활용 강의 (0) | 2016.02.24 |
---|---|
진로전환(경력전환), 직업세계의 변화 강의 후기 (0) | 2016.01.31 |
커리어 컨설턴트로서의 10년 (1) | 2015.02.12 |
베트남 초보여행기-세 번째 이야기 벤탄시장, 그리고 바가지 (0) | 2015.01.09 |
무창포 강의 가는 길 (0) | 2014.1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