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업 컨설팅

과당경쟁의 그늘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0. 11. 25.
반응형

Q: 왜 이렇게 취업이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많이 부족합니까?

컨설팅을 받던 고객 한 분이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그 때 내 대답은 이것이었다.

“아닙니다. 선생님이 모자라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지나치게 많아 진 ‘과당경쟁의 시대’라서 그렇습니다.”

과당경쟁의 흔적은 신문을 통해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방의 한 시에서 환경미화원을 뽑는데 몇 백대 일의 경쟁률에 석사 학위까지 등장했다. 대학 진학률 85%의 사회에서 학력 인플레이션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이건 정도가 좀 심하다.

대기업의 취업경쟁률은 어지간하면 이젠 몇 백대 일은 기본이다. 면접을 보러 들어 온 학생들을 보면 영어 연수를 받은 사람은 왜 그리 많으며 토익 900점이 넘는 친구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누군가의 표현처럼 ‘징글징글한 과당경쟁’의 시대다.

혹시 동네 골목길을 지나며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업종과 숫자를 세어 본 일이 있는가?

난 가끔 재미삼아 그런 짓을 한다. 그럴 때마다 그 작은 동네에 웬 부동산 사무실이 그리 많은지, 그리고 음식점과 교회는 또 왜 그리 많은지 숨이 턱 막히곤 한다.

그런데도 나와 상담하는 사람들의 절반쯤은 아직도 창업이라면 외식업이나 부동산 사무실을 얘기한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모 중학교의 한 반 아이들에게 직업의 종류를 아는 데로 써보라고 했더니 단 19가지만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엔 거의 15000~20000개 정도의 직업이 있는데도 말이다.

창업을 포함한 직업에 대한 이해의 부족, 획일적인 가치지향이 불러 온 폐해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도 초중고 시절과 대학시절을 거치면서 누구도 내게 직업과 관련한 깊은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한 번 진지하게 하지 못했다.

결국 그 여파는 고스란히 30대를 방황하며 보내는 것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다. 그리고 이 직업들은 마치 유기체처럼 생성되었다, 성장했다, 또 사라진다.

특히나 최근같이 다양하게 사회적 욕구가 표출되고 창의성이 장려되는 시대에서는 더욱 더 직업은 복잡하고 교묘하게 분화를 하게 된다.

신체 부분 모델, 북 코치, 만화 스토리 작가, 혹은 플로리스트나 커플 매니저 같은 것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직업으로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들이다. (어디 커리어 컨설턴트라는 내 직업은 안 그런가. 아직도 내 어머니나 장인어른은 내 직업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신다)

이런 것들은 거의 경쟁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직업적 컨셉을 만들어 내며 나름대로 블루오션을 열어가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리들도 곧 과당경쟁의 그늘에 덮이게 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 갈 것이고...그래서 직업에는 창의성이 무척 중요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아마 ‘대중성에 묻어가고 싶은 심리’를 들 수 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은 불안하다. 맞다. 맞는 말이다. 아예 시장이 안 되니까 없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아프리카에서 신발을 파는 심정일거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은 적어도 과당경쟁에 의한 치열한 전쟁보다는 힘들지 않다. 나는 모 아파트 단지 앞의 한 건물에 부동산 일곱 개가 들어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여러분도 비슷한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셨으리라.



도대체 그 치열한 경쟁 속으로 그래도 기어이 들어가겠다는 분들의 속내는 무얼까?

그 쯤 되면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희석되어 버린다. 그냥 손님 나누기 부동산 숫자로 이른 바 ‘N분의 1로 나눠 먹기’란 개념이 적용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데 수요가 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그런데도 과거의 일시적 유행의 잔재는 남아 있다. 지금도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면 편안히 앉아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하지만 한 번 도전해 보시라. 거의 일반 음식점의 폐업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저 음식점만큼 힘들지 않아 그나마 버티고 있는 업체는 더 많을 뿐 그들 중 실제 돈을 버는 곳은 10~20% 정도가 고작이다. 결국 여기서도 8대 2의 파레토 법칙은 존재하는 것이다. 아니 이젠 거의 9대 1의 법칙이 기준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은 오늘도 ‘그래도 음식점이 무난하고, 부동산을 하면 큰 위험은 없다.’라고 생각을 한다. 절대 그들은 제대로 된 위험의 크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고?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며 진지하게 위험의 정도를 측정해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웬만큼만 알아보고 ‘안된다더라’ 거나 ‘되겠다’는 식의 판단을 내리고 접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은 참 용감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