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살다 보니 인간관계야 말로 진정한 평생 화두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어렵고, 때로 불편하지만,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인간관계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이 ‘선(線)’이다.
선을 잘 지키면 어지간하면 충돌이 일어날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센스가 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선을 넘으면? 그때는 얄짤없다. 요즘은 부모, 자식 간에도 선을 지켜야 하고, 부부, 형제나 자매간, 혹은 오랜 친구 사이든 뭐든 이 선이 중요한 것 같다.
선을 지키는 것과 관련해 묘한 현상이 있다.
오히려 적당히 거리가 있는 관계가 훨씬 이 선을 잘 지키게 된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또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왜 가까운 관계는 자꾸 선을 넘는 것일까?
‘나는 이 정도는 해도 돼’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이게 대단히 일방적인 시각인 경우가 많다.
혹은 두 사람이 바라보는 선이 위치가 다른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선을 넘을 때, 이를 바로 응징하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문제는 바로 응징을 하지 않는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또 때로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 그 사실을 마음에 담아두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선’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 편한 대로만 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이는데,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주변에서 사람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선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얼까? 나는 그것이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고 믿는다.
‘당신이 불편할 만큼은 가지 않겠다’는 배려의 시작인 것이다.
혹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선을 지키면 정이 없다고...
글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선(線)과 정(情)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선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이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 이미 말했듯이 선을 지킴은 곧 배려의 반영이다. 남을 배려하는 이에게 정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 ‘선’들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관계가 어려워지는 건 아마도 그 적당한 경계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나의 우둔함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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