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내를 보며
아내는 공공기관에서 기간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시즌의 마무리와 준비 관계로 무척 바쁘더군요. 노인관련 분야이다 보니 때로 논리적인 전개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을 해오시는 분들이 많은지라 이분들을 설득하고 처리하는 일이 여간 고되지 않은가 봅니다.
원래 잘 그러지 않는 사람인데 집으로 일을 가져와 저녁 늦게까지 하기도 하고 잠들기 전과 깨는 순간 모두 당장 해야 할 일들에 숨 막혀 했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조금 화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에 치인 힘든 상황이 고스란히 가족에게까지 전달이 되는 것이 불편합니다. 힘이 들려니 하다가도 일하다 짜증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울컥’ 하기도 했습니다. 누군들 일이 힘들지 않나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가만히 보니 여전히 아내는 그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을 챙기도 집안 일을 챙기고 그 사이에 간신히 짬을 만들어 다시 득달같이 일에 달려듭니다.
제가 설 명절기간에 심한 독감에 걸려 제대로 아내를 돕지 못하기도 했지만, 원래도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이라는 말은 못 할 수준이다 보니 더 힘들었을 겁니다.
다행히도 곧 지나가는 일과성 폭풍이려니 하며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요.
그 과정에서 두 가지를 다시 한번 배우게 됐습니다.
첫 번째는 일에 매몰되는 상황이 얼마나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느냐를 재확인하게 됐습니다. 아내만 그럴까요? 바쁠 때는 저도 알게 모르게 짜증을 집안에서 부렸을 것입니다. ‘내가 이만큼 피곤하고 힘든데...좀 알아서 봐 주지’라는 심사를 저도 모르게 비쳤을 지도 모릅니다. 과도한 일은 일이 없는 것만큼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두 번째는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고 신경을 써줘도 우리들은 견뎌 낼 만 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힘들 때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랬었고, 이번에 화가 났을 때도 꾹 눌러참고 아내를 위해 따뜻한 커피우유 한 잔을 타 준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됐을 겁니다.
일과 일상은 명확히 구분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영향을 받습니다. 양자가 잘 풀릴 땐 선순환이 생기지만 한군데만 삐걱거려도 둘 모두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회사 일을 가지고 와서 집안 분위기를 망쳐 놓는다고 화를 낼 게 아니라 집안 분위기라도 좋게 해서 회사에서 일할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인 듯 합니다. .
그럼에도 더 확실히 알게 된 건 아내는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연말이 오면 다시 일을 찾아 헤매야 하겠지만 이런 반복되는 상황에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돈을 넘어서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러니 저도 조금씩 집안일에 친해져야 합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솜씨지만 ‘남편이 걸림돌이 돼서 일을 그만뒀다’는 소리만큼은 듣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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