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주식투자_초심자의 행운이 불러오는 참사
“제가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 아세요?”
10년도 더 전이지만 재취업을 위한 상담을 받던 어떤 이가 내게 했던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내게 말한 데는 ‘주식투자’라는 배경이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꽤 많은 돈을 벌었었다. 그러나 한주가 마무리될 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또한 날리고 있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재미있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보통 사람들의 주식투자가 활발하다. 최근 만났던, 전혀 주식이라곤 몰랐던 분조차 이번에 ‘재미 삼아, 배움 삼아’ 소액을 투자했다고 하니 주식이 그리 멀리 있는 얘기는 아니다.
나도 주식에 관심이 많다. 덕분에 공부란 것도 좀 하게 됐고, 주변에 일명 ‘선수’라 불릴만한 지인들도 좀 있는 편이다. 웃기는 건 공부를 한답시고 알아볼수록 이 영역은 더 승률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배운다는 점이다. 애초에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이 시장은 싸움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승률을 운운할 수 있다면 아마도 개인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시간’ 밖에 없을 듯 하다. 이길 때까지 장기투자를 한다는 의미인데, 돈을 쌓아놓고 사는 개인들이 아니라면 이 역시 권할만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직업컨설팅을 하다 보면 의외로(?) 꽤 많은 분들이 퇴직 후 주식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나 좋은 회사를 다니시다 퇴사를 하신 분들의 경우 자금적 여력이 일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퇴직 시 받게 되는 몇 년 치의 퇴직위로금이 그렇다.(물론 돈이 없는 분들이라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돈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라 재미 삼아 합니다.”
그분들이 흔히 하는 말씀은 이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이란 게 존재할까?
예를 들면, 흔한 전개는 이런 식이 된다.
1) 재미 삼아 한 투자로 돈을 잃는다 --> 점점 열이 받고 본전 생각에 이성을 잃고 본업이 사실상 투자자로 바뀐다.
2) 재미 삼아 한 투자로 돈을 번다 --> 내가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 일상에서 받는 급여가 얼마나 쪼잔한 푼돈인지 새삼 실감하고 재취업에 의욕을 잃는다(부동산 투자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 곧 처음의 수익이 ‘운빨’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 그땐 이미 또 열이 받아 이성을 잃고 열심히(?) 투자하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꽤 무시 못 할 숫자가 이런 비슷한 흐름을 타는 것을 보게 된다.
재미로 시작한 것이 재앙으로 끝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난 주식투자를 하는 대부분의 퇴직자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혹은 여윳돈이 있다는 이유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심각하게 무너진 케이스가 많았다. 그건 일종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 간간이 터뜨리게 되는 도파민 중독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도박이나 중독 증상이 이와 같다.
무조건 주식투자를 하지 마시라는 말은 못 하겠다. 그래도 ‘단기투자, 몰빵투자, 신용투자, 연 10% 이상을 꿈꾸는 대박투자’ 같은 것들은 지양하시기를 권해본다. 퇴직 후 이런 모험은 정말 권할 만한 것이 아니다. 경제를 넘어 삶이 망가지는 것을 본 케이스가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생각보다 주식에 재능이 있었어’라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초심자의 행운’은 어떤 면에서 실패보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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